<세번째 글> 허공에 솟대를 세우며...

노스탈지어. 기다림.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뭐 이런 서정적인 단어들과 잘 어울리는 물건 중에 솟대라는 것이 있죠. 본디 솟대는 북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에서 오랜 역사를 지진 독특한 신앙의 대상물이라고들 하는데요, 그 본래적 의미나 기능이 무엇이든 간에, 기다란 장대나 나무 끝에 높이 매달려 있는 오린지 까마귄지 하는 새를 바라볼라 치면 웬지 그립고 외로운 것 같고 기다리다 지친 것 같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이런 멜랑콜리한 기분이 팍팍 들잖아요. (나만 그런가?)

그러니 이와같은 요물스런 물건을 우리 집 안마당에 세워 둔다면 온 집안이 다소 정서적이고 문학적이고 목가적이 되지 않겠어요? 뭐 요새는 솟대문학이란 것도 있습디다. 그렇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네요. 바로 실천에 옮겨야지요.


주변 아파트 공사장에서 부지 정지작업을 할 때 베거나 뽑거나 쓰러뜨려 내버려 둔 낭창낭창하고 나긋나근한 나뭇가지들을 한 아름 줏어 왔습니다. 나뭇가지의 생긴 모습 그 원형을 가급적 살려 톱으로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잔가지치기를 한 후 기러긴지 오린지 암튼 확실치는 않지만 새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 끝에 꿰달아 세웠습니다.

어떠세요. 분위기가 느껴지는지요? 이런 환경 조성은 그 자체가 하늘 가운데인 고공아파트에선 어림 없습니다. 땅을 밟고 있는 사람만이 하늘을 쳐다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사치죠.

뜨락 곳곳에 솟대를 세웠습니다. 새 천국이 되었네요. 새가 약 삼십여마리 되려나? 살아있는 새들이 솟대 위의 새들 머리에 앉아 재잘거리기도 합니다.

제작은 이틀 정도에 걸쳐 하였구요, 비용은 한푼도 들 곳이 없었습니다. 만들어 매달고 세우는 등 솟대에 생명을 불어 넣는 내내 무지 행복하였습니다. 조물주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의 기분을 살짝 훔쳐 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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