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 마당에 새들을 불러 들이려고...

아침이면 마당에 참새가 요란스럽습니다. 가끔 까치도 찾아오는데, 비둘기도 단골입니다.

얼마 전 참새들이 마당 어디엔가에 임시 거처를 만든 것 같습니다. 기왓장 아래에서 또는 나무 밑둥 부근에서 가끔 튀어 나오거든요.

그래서 요녀석들에게 고급 주택을 지어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가급적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야겠지요. 그래서 목재주택 2채와 초가집 2채 도합 4채를 주택공급 1년차 사업계획으로 하여 내친 김에 바로 건설에 착수하였습니다.

이 노란색 양옥주택이 첫 작품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며 건설자재를 모았습니다. 어느 집 대문 앞에 부러진 소탁자가 버려져 있기에 냉큼 싣고 와서, 톱으로 틀을 잡고 직소로 자르고 드릴로 조립하고 출입구멍도 내고 샌드페이퍼로 다듬은 후 페인트 칠을 하였습니다.

첫 작품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거의 두시간 동안 공을 들였습니다. 감나무 가지 사이에 딱 올려 놓으니 bird house 치고는 거의 별장급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위치인데, 녹색 감나무 잎 사이에 도드라져 보이는 샛노란 단독주택이 주는 느낌이 마치 아열대나 열대지역의 외국에 온 것 같습니다. 토요일 휴일 하루가 행복했습니다.

내친 김에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주택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창고를 뒤져보니 예전에 쓰던 침대를 해체하여 쓰다가 남은 나무조각(매트리스를 받치는 나무)이 있어 이것을 이어 붙여서 쓰기로 하였습니다. 단독주택 생활은 공동주택에 비하여 잡다한 물건들을 숨겨 둘 곳이 많아 가끔 필요할 때 뒤져보면 요긴한 것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빨간 색 페인트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웃집과의 사이에 있는 담장 위에 올려 두었는데 시공자인 내 눈에는 이쁘기만 한데 건축주인 와이프 눈에는 경박해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새끼 줄이나 아마줄이 있으면 한바퀴 테를 두르면 느낌이 부드러워 질 것 같은데, 도시에서 이런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차선책을 강구하였습니다.

먼저 전면에 마른 나뭇가지를 짤라 곤충(지네)을 만들어 붙였습니다. 혹시 새들이 놀라지 않을까 합니다만, 뭐 놈들도 한두번 보면 가짜라는 걸 이내 알아 채겠지요. 허수아비 꼭대기에도 겁없이 내려 앉는 녀석들 아닙니까.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 진 듯도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허전해서 지붕 위에 약간 굵은 나뭇가지를 잘라 토끼를 한쌍 만들어 턱 올려 보았습니다. 획일적인 콘크리트 스라브 집에 비하여 나무의 질감과 악세사리로 인해 어떤 유명 건축가의 집 같지 않습니까?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주택건축사업에 불이 붙은 김에 내리 다음 토요일에도 건설의 횟불을 높이 치켜 들었습니다.

2층 계단 부분 등을 커버하려고 화분에 심어 키우던 보리가, 물을 제때 주지 않아서 그런지 아님 염세에 빠져 그런지는 모르지만 누렇게 변해 가기에, 이놈을 이용하여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주택을 한번 구상해 보았습니다. 부러진 갈대발도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갈대로 벽을 쌓고 보릿집으로 지붕을 올린 초가집입니다. 기둥은 세탁물을 찾을 때 따라 오는 행거를 모아 두었다가 요놈을 잘 구브려 집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복숭아 나무 윗부분 가지에 매달았는데 들어 갈 수만 있다면 새가 아니라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어 집니다.

다음은 역시 보릿짚과 행거를 이용한 움막집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움막집이 가장 만들기 쉽고 재료비도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저급의 주택이지만, 새들에게 있어서는 앞의 다른 양옥집들에 비해 고급 주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으니까요...

나는 이들 새들처럼 단독주택에 삽니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무지 편하고 깔끔하지요. 요즈음 지은 아파트는 별 다섯개 호텔보다 더 잘 꾸며 두었더라고요. 먼지 한톨 날리지 않고 베란다는 작은 숲을 방불케 꾸민 집도 있구요.

우리 집 주위도 예전에는 엄청 조용한 주택가였는데, 지하철 역세권이 되고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고층 아파트 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 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마당에서 이들 고층 아파트를 올려다 보면 가끔 묘한 기분도 들지요. 식탁 위에 식탁, 침대 위에 침대, 변기 위에 변기...

앞으로 주택에서 사는 즐거움. 낮게 땅바닥에 붙어서 사는 안정감. 비만 오면 마당 잔디 밭에는 지렁이가 춤추고, 수십마리의 거미와 엄청난 숫자의 개미들과 공생하는 관계. 나비떼, 잠자리떼, 때로는 메뚜기나 여치 또는 사마귀가 찾아 오고, 가을이면 귀뚜라미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지는 도심 가운데서의 자연생활에 대해 틈틈이 글을 올려볼까 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왼쪽은 우리 집 마당에서 올려다 본 주변 아파트 들이고, 오른쪽은 우리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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