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가톨릭계라 장승에 수호 神으로서의 의미는 두지 않지만, 마당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내려보고 있으면 하다 못해 좀도둑님이라도 막아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정원가꾸기 차원에서 평소 언젠가는 내 손으로 장승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
몇 차례 장승학교나 장승마을 등 관련 장소를 방문하여 견문을 넓히고, 필요한 공구인 평끌과 원형끌 및 나무망치를 구입 한 후 장승재목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중, 장인어른 산소에 벌초갔다가 소나무 토막 두개를 줏었으니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추어 진 것입니다. 행복이 시작되었습니다. 하고 싶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나무 생긴 대로 모양을 잡고 끌로 파 내었습니다. 처음하는 일이지만 두시간 동안 열심히 작업 한 결과 뭐 내 눈에도 제법 그럴싸 해 보이는 작품 비슷한 것이 탄생되었습니다. 이 두분을 정중히 감나무 아래 귀퉁이에 모시니 그 인물 됨됨이에 자꾸만 눈이 그 쪽으로 끌리게 됩니다. 왜 장승은 쌍으로 하는지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만약 이 두 분을 따로 따로 떼어 놓는다면 그 분위기가 얼마나 썰렁할까 싶습니다. 암튼 장인 장모 산소 주위의 소나무이니 만치 그분들의 딸이 살고 있는 우리 집의 수호신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장승이 쌍으로 갖추어져 모양새가 그런대로 괜찮기는 하지만,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라 할지언정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이웃이 있어야 덜 외롭지 않겠는가. 이번에도 재료가 문제였습니다. 도심에서 통나무를 구하기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다행히 화덕에 나무를 태워 조리하는 음식점에서 나무 토막 두 개를 얻었습니다. 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눈여겨 보아 두었다가 일부러 식사를 하러 가서 여차저차 말하고 공으로 받았습니다.

마당 적절한 위치에 두 쌍의 장승이 우리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혹 지나가던 좀도둑님이 계신다면 언감생심 우리 집엘랑 들어 올 생각을 마세요. 요 장승님들이 웃고있는 듯 보여도 날카로운 잇빨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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